[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numberof/2776896023/]

어릴 적에 나는 욕심가는 물건이 있었다.
뜨개질로 만든 옷이나 장갑,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왜 그리 부러웠던지...

나의 어머니는 내가 한참 이걸 부러워하던 시절 밤샘 작업을 해도 모자랄 바쁜 삶을 사셨던 터라 나의 욕심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왜 뜨개질로 만든 제품을 좋아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서도 지금 얼추 기억하자면 일단 따뜻해보였고, 다음은 엄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情이였다고 해야 되나...
암튼, 뜨개질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엄마의 향기가 따뜻하게 느껴졌었고, 나 또한 느껴보고 싶었다.

나의 상황이 그러하니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선망의 대상이였고,
어린 마음에 참는 법(?)을 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잘 아시는 분이 새하얀 스웨터를 짜가지고 오셨다.
얼마나 기뻤던지...
당신이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부탁하셨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뭐든 해주실려는 당신이였기에 아마두 그러했을 것이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24999443@N07/3063679196/ ]

.)

당시에는 어린 나의 눈엔 그 옷이 얼마나 예뻤는지 그 후론 그 옷만 주구장창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참 클 때라 딱 1년 밖에 입지 못했다.

그 이후론 뜨개질로 만든 제품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근 20년을...
그런데, 뒤로 했던 아쉬움을 만족시켜주는 이가 있었다.
지금의 나의 아내...
              
아내랑 연애할 때 아내가 바쁜 와중에도 나의 조끼를 만들어주었다.
노란색 바탕에 남색 줄무늬가 있는 조끼를 퇴근 후 밤 늦도록 뜨개질을 하여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치수를 잘못 계산하여 어깨가 좀 크게 만들어졌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몇 달을 입고 다녔다.
남들은 조끼가 좀 크다고 해도 난 자랑스럽게 '내 아내가 만들었소'라며 줄곧 입고 다녔었다.

나도 한참 밤새고 하던 때라 조끼를 그냥 세탁기에 돌려버렸다.
크기엔 문제가 없었으나, 물 든 조끼가 세탁기에서 건져 올려지는 순간 망연자실...
이게 어떤 옷인데...
그 이후로 아내도 옷이 안 맞아 안 입고 다녔으면 했다고 입지 말라고 했다.
나는 버릴 수가 없어서 아직 고히 모시고 있다.

그러고 다시 5년이 지났는데, 아내가 선뜻 내 놓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의 목도리...
이야!! 얼마나 고맙던지..
경상도 놈이라 표현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선망했던 것들을 나는 너무 쉽게 얻는게 아닌가라는 미안함도 있었다.
최근에 뜨개질 하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는데, 언제 이걸 만들었대?
이런 면에서는 나는 행복한 놈인가 보다.

가끔 아내가 마음에 안 들긴 해도, 이런 것들을 보면 내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해보고 반성도 해본다.

다시금, 이 추위에 서울에서 혼자 보내는 남편을 생각해서 따뜻하게 보내라는 아내의 선물에 눈물나게 고맙게 여긴다..

자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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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시대

나답게 살아가고 나답게 살아가자

,
지지난주 아내가 시형이 배가 이상한 거 같다며 울상이길래 보니,
2년 전쯤 탈장 수술한 부위에 이상한 혹 같은 것이 불룩 올라와 있었다.
대각선으로 5cm 정도 올라와 있는 것이 딱딱하여 급히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병원 3군데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으나, 의사 소견이 전부 무엇인지 모르겠단다...
젠장,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나...
탈장 수술한 부분에 혹이 나 있어서 탈장 수술의 후유증으로 의심한 나는
탈장 수술한 병원에 가기가 싫었으나, 반대로 가장 잘 알 것이라 생각하고 수술 일자를 잡았다.
수술 일자를 받고는 눈물을 삼키게 되었다.
이제 만 45개월인 어린 나의 천사가 이번까지 2번의 수술을 받게 된다는
사실에 나의 천사가 너무나 불쌍하고 한 없이 내 자신이 미웠다.
전부 나로 인해 생긴 일이니깐 말이다..

난 하루 일찍 대구로 내려가 처제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자고, 다음 날 9월 5일 병원으로 향하였다.

아내와 난 담당의사와의 수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
어린 천사는 간호사를 따라가서 링거를 꽂고 왔다.
놀랬다.
평소에도 주사 맞자고 하면 기겁하는 놈이 아내와 내가 없이도 잘도 따라가서 링거를 꽂고 왔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대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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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없어서 그랬나 싶었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반응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는 주사에도 인상만 쓰며 잘 견뎠다.

이런 놈이 이제 수술대 위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속이 답답해 오는 것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병실에서 수술대로 향하면서 머리에 수술 모자를 쓰고 내려가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저 웃음 천사가 안쓰러울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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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빨리 끝나고 회복실에서 깬 시형이는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듯이 울어제겼다.
미안하다. 시형아~~~

수술을 하다가 담당의사는 시형이의 피부조직을 떼어왔다.
혹 부위를 찢자 말자 피고름이 마구 올라왔다면서...
누구에게 심하게 맞았거나, 심하게 받혔을거라는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을 거란다.
아무튼, 피부조직과 근육 사이에 고인 그 피고름으로 인해 혹이 생겼고,
그 피고름이 주위의 피부를 녹였단다.
또한 그 피부가 결핵에 걸렸는지 피부조직을 검사하기 위해 다른 곳에 의뢰를 하겠단다.

그건 그렇다치고,
잠에서 깬 시형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못 참겠더라~
부모님의 심정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었다.
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어서 저렇게까지 고통에 노출이 되어야 하는지...
순간 흐르는 눈물을 주최할 수 없어서 밖에 잠시 나갔다 왔다.

시형이의 고통은 2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차마 그 고통에 시름하는 시형이의 얼굴에 카메라를 갖다 댈 수 없었다.
그러나, 잠시 엄마 품에서 고통이 잠잠해졌을 때 온 얼굴에 열이 올라온 시형이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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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울다 지쳐 더 이상 울 힘이 없다는 듯...
불쌍한 시형이...
불쌍한 나의 웃음 천사...

그러나, 날 더 미치게 하고 날 괴롭게 하고 날 부끄럽게 하는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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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아픔을 참을려고 아래입술을 꽉 깨문 저 웃음 천사가 날 다시 한 번 울게 만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 어린 것이 아픔을 참겠다고 아래입술을 깨무는 것인가...
아님, 옆에서 울음을 참는 엄마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일까...
나의 천사는 역시 천사였다.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반드시 될 것이다.

이후 1시각 여 잠들고 일어났다.
그 놈 참...
"엄마, 나 이제 안 아퍼~~" 하면서 웃는데 한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는 불안감이 사라졌으며,
안도감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 뒤로는 얼굴엔 언제 울고 괴로워했냐는 듯 웃음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 한 바퀴 돌고 싶어~, 바람 쐬고 싶어~"
마침, 막내 처제가 와서 병실 복도를 서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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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낙천적인 놈이다.
사람을 울고 우게 하는 힘이 충분한 놈이다.
나에게 저 천사는 많은 것을 가르치는 놈이다.
"아빠, 힘들어도 다시 좋은 일 있을거라는 걸 잘 알지?"

아직 저 천사는 퇴원하지 않았다.
피고름이 주위 피부를 녹이면서 복막염이 생겼고, 그 상처를 세척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저 놈도 분명 힘들다.
이제 주사의 아픔도 새삼 나는지 주사 맞을 때면 기겁을 하며  온 몸으로 저항을 한다.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개복을 한 후 세척의 이유로 아직 꿰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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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엔 아픔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거 같다.

이런 천사 옆에서 금요일부터 오늘 새벽까지 같이 있다가 서울에 올라왔다.
물론, 하루 종일 옆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더 힘들 것이다.
아내가 없으면 불안해 하는 시형이 덕에 아내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나로 인해 내 가족들은 너무나 힘들어 한다.
같이 했으면 덜 아팠을 이 고통들을 가족들은 더 아파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두 번째 천사는 그래도 감정이 있는지 옆에서 조용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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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아내와 나의 천사들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내 내 코엔 병원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힘들어 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남편, 아빠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이 놈이
다시 한 번 너희들에게 배우고 다시 한 번 힘낼 수 있을 거 같다.

고마워~~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나의 천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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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시대

나답게 살아가고 나답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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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눈가에 눈물이 젖어 있지만, 울진 않았다.
이렇게 산다는게 정답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현실이 이렇게 만드는 거 같다.
아니, "내가 현실을 이길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런 현실을 아내가 잘 참아주고, 잘 이해해 줄 거라는 생각을 늘상 해왔다.
이번 내동생 결혼식을 앞두고,
집에선 결혼 자금이 모잘라 시형이 옷 한 벌 해 줄 돈조차 아쉬운 형편이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는 시형이 옷 한 벌 해 입히라며 아내에게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내는 한사코 사양 했다고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미안해서 나중에 결혼식날 축의금을 받은 뒤
주시겠다고 나한테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지금은 한 푼이라도 아쉬운 탓이려니 생각이 든다.

난 보기 보다 속 깊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

예의상 몇 번 사양을 했는데, 어머님이 안 주신다고 하시길래 섭했다고 한다.
"그깟 몇 푼이나 한다고 ..."
난 전화 통화하면서 한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을 참느라 애 먹었다.
"당신이 배 고픈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니??"

아내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주말부부로 살아온 것도 어언 4년차다.
게다가, 둘째도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젠, 아내도 지칠대로 지쳤으리라.
주위에서도 수 없이 이런 질문을 과장한 질타를 받았으리라.
"왜 이렇게 살어... 되든 안 되든 합쳐 살아야지..."
"빨리 돈 벌어, 합쳐야지, 애두 이젠 둘인데..."
아내도 많이 힘들었으리라.
나도 이런 질타를 받으면, 잠시 숨겨져 있던 우울증이 치밀어 올라 많이 힘든데,
임신까지 한 아내는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주위에서 걱정스럽다는 이런 질문들이 우리 부부를 더 힘들게 하는 거 같다.
이젠 이런 질문들을 그만 할 때도 된 거 같은데 말이다.

그러나, 나 또한 아내한테 섭한 마음은 감추지 못하겠다.
이런 현실을 잘 알면서도 날 믿고 결혼까지 해 준 아내가
이제 와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소릴 하면 나는 맥이 빠진다.
이런 소릴 들으면 때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멍해질 때가 많다.

한없이 나의 인생에 대해서 원망도 하고,
때론 해선 안 되는 부모님 원망도 하고...

나 이젠 너무 무거워졌다.
거대해져버렸다.
이런 현실을 다 감내하겠노라 자신하던 나는 이 무게에 이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
그 참음을 가슴 속 깊이 숨겨 놓았더니,
그 가슴이 너무 무거워져 버렸다.
아내조차 이젠 버거워할 때면 나는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그냥 쓰러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 없이 해 왔다.
마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말야...

요즘 사람들이 나보고 가끔 묻는다.
그렇게 활발한 사람이 요즘 왜 그렇게 말이 없냐고?
그 질문에 대부분 빙긋이 웃고 말지만,
또 가슴이 눈물을 내뱉곤 한다.
꾸욱 참기 위해 웃고 말 뿐이다.

난 이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언제나 나의 앞엔 질문들이 늘어서 있다.
질문에 답을 못하면 바로 주저앉을 거 같아 용도 써 보고,
때론 주저앉고 싶어 시간에 맡기기도 하고...
이젠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치밀어 오르는 우울증과 눈물 찌거기에 스스로 화가 나기 시작한다.
주저앉을 것인가, 추스릴 것인가...







불쌍한 나의 아내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나에게 와서 현대판 이산가족으로 생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한 순간이 힘들어 나에게 그런 넋두리라도 하는 것인데,
난 나의 무게에 그런 아내를 미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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