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과 목욕을 즐긴지는 이제 1년 좀 넘었다.

한 번은 아내가 둘째 아인이를 출산하고는 둘 다 목욕탕을 데리고 가기 힘들었는가보다.
그래서, 한 번은 목욕탕 앞에서 아들과 한참 씨름을 했다.
한참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잠깐 딴전을 부릴 때 아내와 딸래미를 먼저 목욕탕에 밀어넣고,
뒤늦게 알아챈 아들은 울고, 나는 달래고 얼래구...
울다 지친 아들 녀석이 마지못해 나를 따라 들어왔고,
나는 성질이 날대로 났고, 달래느라 지친 상태였다.

목욕을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정리하고 나올려다 앞으로 계속 이 놈과 싸워야 할 생각하니
까마득한 생각이 들어 목욕탕 내부에 제법 크게 마련된 풀장에서 30분을 같이 신나게 놀았다.
물장난도 치고, 수압으로 안마도 같이 받고, 수영도 하구...
밖에서 기다릴 아내를 위해 그만하고 가자고 해도 너무나 아쉬워하는 모습에
5분 정도 더 놀아주고 가자고 타일렀더니 수긍을 했다.

옷 입고 나가는데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선하다.

목욕탕 입구에서 구두 닦는 아저씨가 실랑이를 벌이며 들어간 우리 부자를 기억했는지
함께 웃으며 나오는 우리를 보고 "그 봐~~ 남자는 아빠랑 목욕해야 돼... 엄마랑 하면 재미없어!!" 라며 애를 토닥여줬다.
녀석 역시 "아빠하고 목욕하는게 재미있고 좋아요~~"라고 대꾸했구...

그 뒤로는 녀석은 자연스럽게 나랑 목욕하게 되었고,
그 여파로 집에서 목욕할 때는 주말에 1번씩은 둘째 놈이랑 3명이서 같이 목욕을 한다.
둘째 놈도 나랑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다, 지난 주에 어머니 생신도 있고 해서 고향에 내려갔다가 백암온천에 목욕을 하러 갔다.
늘상 그렇듯이, 나는 때를 밀고 녀석은 옆에서 목욕탕 청소를 한다.
비누로 유리도 닦고, 의자도 닦고...
그렇게 놀다가 내가 다시 녀석 때를 밀어주고, 녀석 할아버지와 서로 등 밀어주고...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녀석이 목욕탕 거울을 닦더니
"아빠, 등 씻어줄까?"
오잉??
이 녀석이 등 씻어주는 걸 어떻게 알까?
내가 가르쳐 준 적도 없고, 그렇다고 아내가 가르쳐 줄 리가 만무하구..
설마 이런 걸 어린이 집에서 가르쳐 줄 리는 없을 것이구...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웅" 이라고 대답하고 기달렸더니
등에 비누칠하고 문지르고 샤워기로 씻어내는 것이었다.
'와우, 이래서 다들 아들, 아들 하는구나...'
가냐린 손으로 자기 몸만한 아빠 등을 슬슬 문질러주는데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녀석하고 많이 싸우긴 하지만, 이런 것이 자식 키우는 재미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는 녀석의 충분한 행동이였다.

아들~~~
너가 있어서 아빤 참으로 행복하단다...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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