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School Attend The Premier Of Their New Short Film

어느 날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생일 선물비로 7만원을 송금하란다...
이게 뭐지?
적어도 자기는 이런 걸 살거니깐 얼만큼 내놔라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벌써 질렀으니 내놓으란다.
된장 ㅠ.ㅠ

사실, 나는 보는 눈이 모자라서 선물을 사도 아내 눈에는 성에 안 찼다.
매번 선물을 사 줄 때마다 핀잔듣기 일쑤였다.
선물 사주고 핀잔듣고...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선물을 사주는 대신 현금으로 대체했다.
당신 좋아하는 걸루다 사라구~
그렇다고, 넉넉하게 주는 건 아니다.
쥐꼬리만한 용돈 아껴서 사주다 보니 아무래도 턱없이 모자랄테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아니잖아?
내가 미리 생일을 2주 앞두고 리스트 작성하면 내가 적당한 가격대에 대해서 지원해주겠다고 했건만...
뭘 샀길래 얘기도 안 해준다~
"오빠, 나 사고쳤어~"
이 한마디가 다였다.
자기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건가?

아후~ 정말~~
하늘같은 남편을 무시하는거야?
(요즘은 땅값이 비싸다고 하늘을 너무 무시하는건가???)

이와 같은 나의 분노(?)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지난 주에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의 출산이 있어서 설 연휴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또 내려갔더니, 내 앞으로 슬쩍 종이 가방을 내 놓는다.

"이게 모꼬?"

열어보는 순간 아무 말없이 나는 나의 아내를 쳐다봤다.
선물 받는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느끼면서, 한편으론 뭔지 모를 가슴 애리는 느낌도 가지고...

나는 정말 지독한 짠돌이다.
나의 옷가지들 중에 최근 것들이 없다.
다 얻어 입고 다니거나, 거의 7~8년이 지난 옷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나는 옷가지가 헐지 않는 이상 버리지 않는다.
옷가지가 멀쩡한데 왜 옷을 사 입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오래동안 정든 놈들을 버릴려구 하니 가슴도 아프구...

현금의 여유가 생기면 등산복 위주로 스타일을 바꿔야 되겠다 마음 먹었는데
아내가 나의 마음을 알고 등산복 겸 외출복으로도 충분한 옷을 준비해서 더더욱 고마움을 느꼈다.

아내가 하는 말, "당신 입고 다니는 게 거지같아 내가 욕 먹을까봐 샀다"...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자기 생일 선물을 거지같은 남편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또한, 나를 무시한다고만 생각한 나의 편협한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입어보니 너무나 따뜻하고 내 주제에 과연 내가 이런 옷을 입어도 될까라는 생각도 들더군..

가끔 아내가 마음에 안 들지만, 이런 정과 사랑 때문에 평생 같이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다.
가족에 대한 좋은 생각만 하고 살자꾸나~
안 좋은 면만 보기 시작하면 계속 안 좋은 면만 보인다잖아.
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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