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되기 힘들다.
아니, 난 좋은 아빠가 될 자격이 없다.

오늘 새벽 2시 30분경 시형이가 갑자기 울면서 기상을 시켰다.
아후~~
금방 끝날 줄 알았더니, 금방 끝나지도 않고 급기야 장모님까지 출동을 시켰다.
난, 잠자는데 건드는 인간을 제일 싫어하건만
그동안 시형이는 몇 번씩나 날 깨우며 시험을 했었으나, 꾸~욱 참았는데...

오늘두 꾸~욱 참았다...
어쩌랴??
내 새끼인 것을...
이번 달 초에도 밤새 2시간을 울어 제끼더니, 불과 보름 후에 이렇게 ...

무엇이 그렇게 애를 답답하게 하고 불편하게 했는가?
이런 질문은 잠시 뿐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나는 1분 1초가 아쉽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뿐이다.
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월요일은 휴가를 낸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배 속에 있는 둘째 때문에 힘든 아내가 더 고생이었다.
애가 울면서 업어서 1시간째 계속 서서 서성이는데 시형이 그 놈이 너무 얄미웠다.
성질 같았으면 그냥 패대기치고 싶었다.
그래도, 참고 참고 또 참고...
내가 아니, 아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한 거 같은데
도무지 멈추지 않는 울음에 난 이성을 잃고 말았다.

아내에게 엎여 있는 시형이를 무작정 데리고 나가서 대문 밖에 세워 놓고 돌아섰다.
"너 같은 놈 필요없으니깐, 가!!!"
정말 냉정하리만큼 소리 지르면서 뒤돌아섰다.
난 뒤돌아서서 집 안에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다.
차마 대문 안으로 한 발자욱도 들어올 수 없었다.

울면서 맨발로 쫓아오며 필사적으로 대문으로 들어설려는 그 놈을 매정하게 두고 올 순 없었다.
그래도, 버릇과 성질을 고쳐야겠다며,
한 번 더 안아다가 원래 세워 놓은 곳에 데려다 놓았다.
또 다시,
"가!!!"
라고 소리 지르며 말이다.
이번엔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왜 좀 더 달래지 못하고 이러고 있나?'
'시형아! 주저앉지 말고 다시 돌아와 주렴~~'

그런데, 이상하게도 희망대로 다시 돌아와 주었음에도 난 똑같이 한 번 더 세웠다.
정말 이성을 잃었던게 틀림없었다.
이제 18개월 된 놈이 무엇을 안다고 그런 엄청난 두려움과 외로움을 주었던가??...

다시 쫓아와 대문에 들어설려는 걸 내가 막았는데,
이번엔 나에게 매달리며 우는 것이었다.
마치, '아빠 제가 잘못했으니깐 한 번만 봐주세요...'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더 세웠지만, 차마 이번에는 돌아서지 못하고 안고 말았다.
나의 욕심으로 18개월된 놈을 너무 가혹하게 벌을 주는 거 같아서 이번만큼은 돌아서지 못했다.
안고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때마침 장모님이 시형이를 뺏어 들어가셨다.

그런데,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난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소리없이 울고 말았다.

내가 대체 애한테 해준게 모가 있다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남?
1주일에 한 번 와서 가끔 놀아주는게 다인데...
아빠 노릇도 제대로 한 번 해 준 것도 없는데...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연기를 뿜었다.

잠시 마음을 정리하고 집 안에 들어갔는데,
그때까지도 울고 있는 애가 나를 보더니 두려워하는 눈빛을 띠며
울음을 겨우 참는 것이 아닌가...

난 그 눈빛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는 날 비웃고 말았다.
애는 계속 나의 눈치만 살피다가 우유를 먹으며 잠 들었는데,
난 계속되는 죄책감과 나의 무능함에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자 했으나,
나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순식간에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또 한 번 속으로 울 수 밖에 없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장거리 여행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상일 수 없는 애 인것을
간파하지 못하고 나의 욕심을 앞세운 행동에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다.

시형아~~
아빠가 정말 잘못했어!!!
아무 것도 모르는 너에게 너무 가혹한 행동을 한 아빠를 용서하지 말아 다오...
아빠는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벌로
좀 더 스스로 가혹한 벌을 줄까 한다.

아침에 뜨지지 않는 눈을 겨우 비비며 일어나 나설 채비를 하는데,
시형이의 고단한 얼굴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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