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정확한 (원본) 출처를 찾기가 힘들어 다음과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 게시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제 퇴근을 한 후 씻고 밥 먹으면서 9시 뉴스를 시청하는데, 정말 슬픈 소식이 전해져왔다.
김수환 추기경이 오후 6시 12분에 선종하셨다는 뉴스였다.
순간, 밥 먹다말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울먹거리며 밥이 들어가다 만 것이었다.
나, 비록 불교 신자이지만 우리나라의 큰 어른이 선종하셨다는 말에 울컥하고 만 것이었다.

그 분의 혜안과 걸어온 길들이 나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곤 했었는데,
그저 말없이 이 세상에 자신의 육신까지 꼭 필요한 분들에게 남기고 돌아가셨다.

자신의 자화상에 "바보야"라고 서슴없이 적으시면서,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깨달음을 주신 말씀이다.
모두들 선각자, 선지자로 칭하는 분 스스로가 "바보"라고 하심(下心)의 자세를 보이시는 것은 어쩜 개인 PR 시대를 살고 있는 현 사회에 겸손을 가르치는 사랑의 매와 같은 것이 아닐까?

내가 잘 났소!!
나는 이만한 재력을 가졌소!!
나는 이만한 명예를 누리고 있으니 이 정도 대접은 당연한 거 아니오?
나는 이런 저런 재능을 지녔으니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여러분들이 나에게 합당한 대접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오?

나 또한 보잘 거 없는 재능으로 나대는 것을 좋아했던 거 같고,
합당한 대접을 요구했던 지난 날들이 부끄러울 뿐이다.
모든 것이 "공수레 공수거"인 것을 뭘 그리 아둥바둥 살고 얼마나 호위호식하며 살겠다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살아가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어보고 자책할 뿐이다.

또한, 우리들은 비겁한 삶을 살고는 있지 않은가?
그 분은 권력과 총칼 앞에서도 두려움없이 정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는 당연히 나서야 함에도, 소리를 내야 함에도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나설 것이야"
"내가 굳이 피를 흘리며 나설 필요가 있나."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모...""
이런 생각으로 비겁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 것일까?
나는 어떠한가??
유구무언이구나..

그의 선종으로 인해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상도 다시 해야겠다.
답이 있을런지는 몰겠지만... 언젠가는...

마지막으로, 그 분의 인생 덕목(人生 德目)을 살펴보자.
一. 말(言)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二. 책(讀書)
    수입의 1%를 책을 사는데 투자하라.
    옷이 헤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三. 노점상(露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四. 웃음(笑)
    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五. TV (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六. 성냄(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七. 기도(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 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하며 만생을 요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八. 이웃(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히 되돌아 봐야 한다.
九. 사랑(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 십년 걸렸다."

부디 하나님 곁으로 가셨어도 저희들에게 꾸준한 깨달음과 사랑의 매를 아끼지 말아주소서~
당신이 남겨주신 소중한 자산을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一始無始 一析三極 無盡本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一積十鉅 無匱化三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大三合 六生七八九 運三四成還五七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 本心本太陽昻明 人中天地一 一終無終一

[추모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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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시대

나답게 살아가고 나답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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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정확한 (원본) 출처를 찾기가 힘들어 다음과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 게시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연찮게 TV 채널을 돌리다 오체투지 순례단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 그리고 그 뒤를 묵묵히 자기의 역할을 하며 같이 수행하시는 많은 분들...
(기억력이 좋지 못하여 기억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오체투지(五體投地)
오체(五體)란 몸의 다섯부분, 이마, 왼쪽 팔꿈치, 오른쪽 팔꿈치, 왼쪽 무릎, 오른쪽 무릎을 이르며
투지(投地)란 땅에 몸을 던진다, 접한다는 뜻이다.

난 불자로서 2002년경쯤에 3천배를 해 본 경험이 있다.
이때 하고 솔직히 죽는 줄 알았다.
할려고 하는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3천배를 해보고 싶었다.
다들 3천배, 3천배라고 하기에 그게 무엇인가 싶어... 그냥 궁금증에 해 보았다.
3천배를 하기 위해 8시간을 꼬박 땀을 흘렸다.

그러나, 오체투지라니...
옴 몸이 땅과 합하다니... 그걸 하루 1천배씩 근 2달을...
그것도 예순을 훌쩍 넘은 늙은 수행자들이... 그 중 수경 스님은 5급 장애인이라는 몸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오체투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존경 자체이다.

늙은 두 수행자는 왜 오체투지를 하는 것인가?
시국이 어지러워 시작했다고 한다.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 중에 하나인 하심(下心)을... 땅에 핀 풀보다도 더 낮은 자세로 그들은 임했다.
대통령이 잘못했다. 정치인들이 잘못했다. 국민들이 잘못했다를 떠나서 수행자 자신부터 하심의 마음으로 임한다면
세상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하면 굉장히 대단한 지각변동이라도 일어나는 것 쯤으로 생각을 하나,
그 수행자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조금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겹고 외로운 누군가가,
땅바닥에 엎드려 자신과 같이 어깨를 들썩이는 걸 알고
작은 위안이라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찍이 선승들은 하나가 없다고 한다.
하나라고 정의하는 순간, 둘이 있고, 셋이 있다.
그래서, 하나가 아니라고 말한다.
종이 한 장도 종이 자체의 본질이 없다는 것이다.
종이의 재료인 나무가 있고, 나무가 커기 위해선 물이 필요하고, 햇빛이 필요하고...
그 많은 것들이 모여서 종이라고 명명되어진 성질을 가질 뿐이며, 잘게 나눠버리면 종이도 없단다.

다시 말해, 내가 변하면 다른 사람도 변한다는 진리로 그 두 늙은 수행자는 묵묵히 자신의 몸을 땅에 던지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지나치고 살고 있다.
산을 오르는데 있어서 직선 길로 쪽 올라 정상에 오르는 길이 있다.
현대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길이 제일 중요하고 좋은 길로 알고 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있고, 그 사회를 우리가 만들고 있다.
산에 쭉 올라 정상에 올랐을 때 얻는 것은 무엇인가?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정상에 올랐다는 쾌감?
정작 산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고 무작정 오른다.
건강을 위해 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을 이기고 싶어 오를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런 목적으로 오르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이 갖지 못한 자연을 배우고,
한 없이 큰 자연에 대한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이 아닐까?
진정한 등산인은 언제나 산에 오르기 전에 산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한다.
대자연 앞에 나를 낮추어야 한다고...
낮추기 위해선 자연이 키운 모든 생명들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고 아끼고 조화로워야 하나, 일단, 오르고 본다.

둘러 둘러 대자연에 대해선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일 뿐이다.

누가 봐도 두 늙은 수행자의 길은 고단하다.
정말이지 아무나 할 수 없는 수행이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 없이 세상에 자신을 낮춘다.

그 고단하고 고행인 수행을 하면서도 그들은 또한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본 지 얼마만인가.
그런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는 사람이 극히 드물건만...


난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고 울어버리고 말았다.

두 분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두 분이 있어 이제 숨 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니, 두 분과 함께 하는 오체투지 순례단 모두가 있어 행복하고, 숨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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