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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기간 중에 가장 먼 거리를 산행해야 하기에 다들 일찍 일어났다.
4시 30분에 기상하여 송길영 이사님의 북어국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서둘러 출발을 했다.
사실, 사장님, 부사장님, 이사님들의 이런 솔선수범의 모습들이 의외이기도 했지만 감동이었다.

어젠 대충 12Km를 걸었고, 오늘은 16Km 를 걸어야 한다.
물론, 심한 오름은 없다.
그러나, 말이 16km이지 오름과 내림을 줄곧 반복을 해야 하고,
수 많은 돌과 바위, 흙을 지나쳐야만 하는 걸음이다.
구름 속을 걷는 것이라 비가 보슬보슬 오는 듯 하다. 습도도 높다.

참, 아쉽지만 장동준 차장님은 둘째가 아직 한 달여 있어야 세상 구경을 하지만,
진통 온다는 소식에 아침 먹고 서둘러 하산을 하였다.
(뒷 얘기지만, 가진통이였다고... )

원래 계획은 점심은 벽소령에서 먹기로 했으나,
전 날의 경험을 통해 오후엔 산행하기에 너무 힘들다는 결론으로 오전에 내 달리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연하천으로 바뀌었다.
연하천까지는 대충 5~6시간을 걸어야 한다.
벽소령까지 3시간 30분 정도...

구름 속이라 배낭 속의 내용물들이 눅눅해질까봐 모두들 배낭 커버를 하고,
단단히 준비를 하며 떠나나 얼굴은 많이 지쳐보인다.
어제의 무리한 등반과 무거운 짐 때문이리라.
그러나, 야속하게도 너덜길의 연속이었다.
(너덜길이라는 것은 박영진 차장님을 통해 처음 들은 얘기이다.
 돌이 많은 비탈길을 너덜길이라고 한다.)

어제의 무리와 너덜길로 인함일까?
사장님의 오른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뒤에 따라 가는 나의 마음은 다급하기 시작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가?
그러나, 오직 생각만 앞설 뿐 선듯 "배낭 벗어주세요, 제가 들겠음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의 어깨에 걸려 있는 배낭 무게도 무시 못하니깐 말이다.
또한, 어설픈 용기로 나마저 뒤쳐지고 쓰러질까 걱정이 먼저 앞을 나서고 말았다.

마침, 대열이 2-3-3 대열로 나뉘어지게 되어 난 본대의 선두로 나섰다.
사장님은 후미에서 박영진 차장님이 같이 오게 되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튼, 벽소령까지 예상 시간 3시간 30분을 정확히 맞추어 도착을 하였다.
벽소령까지 오기 전 700m 정도는 아주 걷기 편한 길이라서 쉴 만한 시간을 없애고
바로 주파를 했기 때문이리라.

벽소령은 짙은 구름에 가려 경관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일단, 원래 일정보다 2시간을 더 가야 하기 때문에 행동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배고픔을 좀 더 일찍 달래기 위해
부사장님과 김팀장님은 첨병 역할로 일찍 출발하였다.
나중에 자바라를 챙기지 않음을 알고 뒤늦게 송길영 이사님이 쫓아가셨다.
(열반의 대열에서 초사이언의 대열에 나서신 송길영 이사님과 김태영 팀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젠 핸드폰에 녹음하는 짓도 하지 않고,
사진 찍는 짓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모, 형제봉을 지나왔다는데, 형제봉이 어케 생겼는지 모른다.
오로지 내 눈에 들어온 건 너덜길만 기억날 뿐...

쉼과 걸음을 꾸준히 하면서 예상 시간보다 10분 늦게 연하천 산장에 도착했다.
첨병 역할로 30여분 일찍 도착한 팀은 식사를 마치고,
본대의 식사 준비를 해 주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편히 점심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얼마지 않아 비가 내렸다.
이론...
다들 판쵸우의마저 입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젠 송성환 부사장님 마저 불편하신가 보다.
왼쪽 발바닥에 신경이 곤두서시는가 보시다.
점심 식사를 일찍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탓이리라.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저 큰 덩치는 토끼봉인데,
왜 그리 멀게만 늦게지고, 더 커 보이는 것일까?
저 놈만 정복하면 우리에겐 안락한 쉼이 주어지는데, 자꾸만 고개가 떨구어진다.
모두들 지쳤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신과의 싸움에 지지 않을려 노력하는 모습이 얼굴에 나타난다.
혹여, 질려하는 기색만 보이면 옆에서 모두들 힘내자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토끼봉을 오르기 위해 사력을 다한 탓인지, 다들 오르고 난 후 쉽게 지쳐버린다.
잠깐 쉼을 통해 서둘러 걸었더니, 드디어 저 멀리 화개재가 보인다.
화개재...
화개재...
이제 200m 아래로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우리의 두번째 숙소인 뱀사골 대피소가 나온다.
그러나, 단지 200m일 뿐인데도 이렇게도 힘이 드나?
그것도 오르막도 아닌 내리막인데...
농담이지만, 그냥 좀 아프더라도 굴러내려가고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였다.

시원한 계곡 바람이 날 맞이해 주지 않았더라면 난 그냥 한동안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었을 것이다.
포기를 하겠다는게 아니라, 잠시 쉼이 필요했다.
또한, 먼저 출발해서 도착한 송길영 이사님과 김태영 팀장님의 박수가 아니였다면...

다들 또 부산하다.
오늘 부식을 많이 줄여야 하는 관계로 12첩상이라는 어마한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ㅋㅋ
덕분에 산 속에서의 만찬은 줄곧 이어졌다.
최근에 먹은 식사 중에 지리산에서 먹은 식사가 가장 맛있었다.
전부 식사 준비를 위해 힘이 들어도 최선을 다해주는 팀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전 왜 안 했냐구요? ㅋㅋ 전 설겆이 담당이었습니다.)
오늘도 예외없이 양주 한 잔씩 했다.

피로가 쌓이고, 피곤에 지칠 때는 혈행을 도와주는 알코올이 제격이다.
내일도 9Km 정도 걸어야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분위기이다.
나 또한, 결리고 뭉쳐 있는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종아리랑 어깨에 맨소래담 로션을 듬뿍 바르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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