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산을 싫어했다.
고향이 바다인지라 넓고 넓게 탁 트인 바다가 좋았다.
경북 동해안은 반농반어(半農半漁)라 왠만한 산에 올라도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산에 올라가도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이 많았다.

그러나, 수학 여행 때 충청도를 지나면서 산들만 있는 지역을
지나다 보니 답답한 느낌 때문에 산을 싫어했다.
아마두 몇 시간씩 관광버스에 갇힌 상태에서 산들만 있는 지역을
지나다보니 더 답답했던 모양이였다.

그러나, 내가 산(山)을 사랑하고 좋아하게 된 산이 있다.
그 산은 대학교 1학년 때 철모르고 선배들을 따라 간 팔공산(八公山)이였다.
약속을 하고 간 날이 때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그리 많은 양이 아니라, 산행을 했었고,
갓바위에 올랐을 때, 눈 아래 보이는 운무(雲舞)는 산을 반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그 이후로 산에 간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 나섰었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아내가 산에 가자고 하길래 잡은 곳이 팔공산이였다.
같이 등산하자고 사 준 등산화에 흙이 한 번도 안 묻었다면서...
사실 아내는 등산하는 걸 싫어한다.
완만한 경사의 산행은 좋아하는데, 가파르고 힘든 산행은 무진장 싫어한다.
굳이 정상에 가야하는 이유도 모르겠다면서 ...
내 마음을 이렇게라도 풀어줄려는 아내의 배려가 새삼 고맙다.

암튼, 애들이 있고 하니 산에 간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갓바위의 고도가 800m 정도 되니 팔공산은 할 만 하다 싶어서 데리고 갔다.

갓바위 지구 관광지에서 일단은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식당 평상에서 우리 이쁜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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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고 우리는 산행을 위해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나, 애들도 있고 하여 굳이 무리하게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쉬엄쉬엄 놀다가, 쉬다가 올라가도 무리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경사진 곳이라 애들이 가장 먼저 힘들다고 외친다.
출발한지 단 5분도 안 되어서...
마침, 계곡에 물이 흐르는 곳이라 애들 데리고 계곡에 내려가 물장난을 치게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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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놈 아인이는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나가는 걸 무진장 좋아한다.
금방 혼나고도 밖에 나가자고 하면 씨~익 웃으면서 손잡고 따라오는 놈이다.
그래서, 둘째 놈한테는 많이 잘 해주지 못해서 어떻게든 나갈려구 하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놈이다.
물장난한다고 정신 없는 놈이 "아인아, V~~ 해봐"라고 하니 저 액션을 취한다.
아인이의 V는 저 포즈다..
첫째 놈도 내려왔다가 금새 올라가 엄마 옆에 앉아 포즈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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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놈은 사진 찍는다고 하면 곧잘 포즈를 잡는다.
나중에 날 닮지 않아 키가 왠만큼 크다면 모델을 시켜도 잘 할 놈일 거 같다.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도 다양하고 힘들다가도 사진 찍는다고 하면 바로 밝은 표정을 짓는 시형이가
마냥 이쁘고 역시 내 아들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시형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흐뭇한 표정이 나타나는 아내...

이 곳에서 이렇게 놀다가 좀 더 올라가는데, 또 힘들단다...
산이라고는 처음 가보는 두 놈 다 왜 안 힘들겠노...
산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시형이는
"아빠!! 우리 달리기 하자!!!"
"그래??? 준비~~~ 시~~~작!!!"
ㅎㅎ
한 열 댓 걸음 뗐나??
"아빠~ 시형이 힘들어... 나 걸을래~~~"
이제 시작인데, 내가 초장부터 진을 뺐나? 라는 미안한 감도 들긴 하지만,
많은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언제나, 평지에서 처럼 너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구...
가끔 살다보면 힘든 경사지에서도 해야할 때도 있고, 쉽게 지치기도 한다구..
그래도, 언제나 얼굴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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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아내도 지쳐가고, 애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놈은 등에 업고, 큰 놈은 산행을 시켰다.
아내가 어케 할 수 없는 처지이니, 큰 놈은 미안하지만 남자구 하니 힘들어도 시켰다.

올라가는 가운데에서도 참 많이도 쉬었다.
나두 등에 실린 12Kg의 무게가 짓눌렀고, 가끔 "아빠~ 시형이 힘들어" 하면
앞에 안아다가 한 20여 미터 올라가서 쉬곤 했다.
아내는 걱정한다.
내가 작년 7월에 운동하던 중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왼쪽 무릎이 성치 않다.
생활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아직 무리한 움직임에 무릎 탈골 현상이 발생한다.
"무릎 괜찮냐구?
 무릎도 안 좋은데, 시형이는 안지 말라구~~"
하긴, 앞뒤로 30Kg이 되니 아내 입장에선 걱정이 되겠지~~
나두 걱정이 되는데...

근데, 산행을 하면서 그것도 처음 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가는데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그렇게 힘든데두 내려가겠다는 말은 안 한다. 집에 가겠다는 말은 안 한다.
잠시 쉬었다 바로 일어서고, 조금 올라갔다가 또 힘들어 쉬고,
이런 패턴을 보이며 오르는 아들을 가끔은 안아주고 싶었다.
처음 접하는데, 너무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그래도 좀 힘들지만 해 볼만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다른 산행하시는 어르신들도 힘내라고 하고,
시형이 칭찬하는 모습이 내게 오히려 힘이 됐다고 할까...

그냥 안아서 잠시라도 같이 올라가 주고 싶었다.
저 녀석이 힘들 때, 잠시라도 같이 있고 싶은 아빠가 되고 싶을 뿐이였다.
그 잠시가 저 녀석에겐 커다란 힘이 되길 원하면서 말야..

중간에 있는 관암사의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거의 갓바위 바로 턱 밑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갔었다.
중간 중간 너무 힘들어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내 뇌리 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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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힘들어 지칠 때로 지쳤을텐데, 카메라 앞에서는 항상 웃는다.
덕분에 나도 힘이 나고, 아내도 힘이 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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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형아~~, 저기 꼭대기에 올라가면 모 있는지 알어???"
"모르겠는데..."
"어, 저 위에 가면 모자 쓴 부처님 계셔~"
"부처님??, 마하반야 바라%^$%^$*^"
"하하하"

가끔 시형이랑 놀면서 좌선을 시킨다.
좌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반야심경"을 웃으면서 외우기도 하고,
눈도 살포시 뜨면서 장난도 친다.
그래서, 몇 번 들은 기억이 나서 그런지 반야심경의 앞부분을 외운다.
역시, 애들은 스폰지이다...

드디어, 갓바위(정식명칭 : 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 431호)에 올랐다.
갓바위에 오르기 전에 아인이도 등에서 내려놓았다.
나도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에...
저 쉼터에서 갓바위까지 오르는데는 경사가 좀 심하다.
그래서, 아내가 걱정이 돼서 아인이를 안을려고 하는데, 그 놈도 한사코 걸어가겠단다.
자기도 마지막은 자기 발걸음으로 가고 싶었나 보다.
아님, 내 등이 불편했던가...
아무튼, 마지막은 모두 다 걸어서 올라갔다.
아내도 갓바위엔 처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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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다고 하니, 전부 산 아래를 내려다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인이도 한 없이 아래를 바라봤다.
그런 와중에도 시형이는 포즈를 취하고... ㅋㅋ
나중에 모델이나 연예인을 반드시 시키든지 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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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엄마, 바람 시원해~"
그래, 힘든 과정 속에 드디어 목표에 다다랐을 때, 얻어지는 여유와 시원함은 더 없이 좋단다.

잠시, 입시 백일 기도 드리는 분들 사이에 식구들이 모여 잠시 앉아 땀을 식혔다.

"시형아~ 저기 부처님 보이지?"
"웅~~"
"그럼, 절해야지~~"
"같이 하자~~, 아빠랑 같이 할래~~"
내가 일어서서 3배를 드리자, 옆에서 시형이도 내가 하는 걸 눈치봐가며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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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식으면서 꼭대기에서 부는 바람은 차가워지는 법...
애들은 긴 옷을 입히고 하산을 준비하였다.

"시형아, 너, 말 안 들으면 부처님한테 다 일러준다~~"
"아~아~~, 안 돼요~~ 말 잘 들을께요~~"

간만의 산행이였나...
아님, 애들을 데리고 가서였나...
나의 종아리는 얼마 되지 않는 산행 코스에서 알을 잉태시켰다. ㅠ.ㅠ

나는 팔공산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가족 덕분에 나는 편안해졌고,
애들은 산행 느낌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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