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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나는 욕심가는 물건이 있었다.
뜨개질로 만든 옷이나 장갑,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왜 그리 부러웠던지...

나의 어머니는 내가 한참 이걸 부러워하던 시절 밤샘 작업을 해도 모자랄 바쁜 삶을 사셨던 터라 나의 욕심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왜 뜨개질로 만든 제품을 좋아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서도 지금 얼추 기억하자면 일단 따뜻해보였고, 다음은 엄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情이였다고 해야 되나...
암튼, 뜨개질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엄마의 향기가 따뜻하게 느껴졌었고, 나 또한 느껴보고 싶었다.

나의 상황이 그러하니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선망의 대상이였고,
어린 마음에 참는 법(?)을 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잘 아시는 분이 새하얀 스웨터를 짜가지고 오셨다.
얼마나 기뻤던지...
당신이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부탁하셨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뭐든 해주실려는 당신이였기에 아마두 그러했을 것이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24999443@N07/3063679196/ ]

.)

당시에는 어린 나의 눈엔 그 옷이 얼마나 예뻤는지 그 후론 그 옷만 주구장창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참 클 때라 딱 1년 밖에 입지 못했다.

그 이후론 뜨개질로 만든 제품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근 20년을...
그런데, 뒤로 했던 아쉬움을 만족시켜주는 이가 있었다.
지금의 나의 아내...
              
아내랑 연애할 때 아내가 바쁜 와중에도 나의 조끼를 만들어주었다.
노란색 바탕에 남색 줄무늬가 있는 조끼를 퇴근 후 밤 늦도록 뜨개질을 하여 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치수를 잘못 계산하여 어깨가 좀 크게 만들어졌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몇 달을 입고 다녔다.
남들은 조끼가 좀 크다고 해도 난 자랑스럽게 '내 아내가 만들었소'라며 줄곧 입고 다녔었다.

나도 한참 밤새고 하던 때라 조끼를 그냥 세탁기에 돌려버렸다.
크기엔 문제가 없었으나, 물 든 조끼가 세탁기에서 건져 올려지는 순간 망연자실...
이게 어떤 옷인데...
그 이후로 아내도 옷이 안 맞아 안 입고 다녔으면 했다고 입지 말라고 했다.
나는 버릴 수가 없어서 아직 고히 모시고 있다.

그러고 다시 5년이 지났는데, 아내가 선뜻 내 놓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의 목도리...
이야!! 얼마나 고맙던지..
경상도 놈이라 표현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선망했던 것들을 나는 너무 쉽게 얻는게 아닌가라는 미안함도 있었다.
최근에 뜨개질 하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는데, 언제 이걸 만들었대?
이런 면에서는 나는 행복한 놈인가 보다.

가끔 아내가 마음에 안 들긴 해도, 이런 것들을 보면 내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해보고 반성도 해본다.

다시금, 이 추위에 서울에서 혼자 보내는 남편을 생각해서 따뜻하게 보내라는 아내의 선물에 눈물나게 고맙게 여긴다..

자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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