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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내와 애들 그리고 동서와 막내 처제가 휴가를 내고 김해 진영의 봉하마을에 조문을 다녀왔다.
굳이 분향소에 어린이집을 쉬게 하고서라도 애들과 같이 간 이유는 배움은 교육기관 내에서만 이루어진다고 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더러운 판인 정치 세계를 알려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서민을 위해 노력한 유일한 대통령인 미스터 클린의 영면을 기원하는 곳에 분위기를 알려주고 싶었고, 그 많은 조문객들이 왜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하는지에 대해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물론, 그런 걸 설명해준다고 해서 알리 만무하겠지만, 애들의 사상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장성해서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나의 욕심일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경북 청도에서 김해 진영까지는 가까운 거리라서 준비되는대로 출발을 했다.
진영 시가지를 지나서 봉하 마을로 진입하기 몇 Km 전에서 경찰들이 권고한다.
들어가봐야 주차할 곳도 없고 빼도 박도 못하니 차를 진영 공설 운동장에서 주차하시고 그 곳에서 현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경찰의 안내로 U턴 후 진영 공설 운동장에 도착한 순간 입이 벌어졌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조문하고자 하는 행렬...
우리가 도착한 순간에 4~500m 정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10여분 후에는 그 길이가 배로 늘어났다.
다행인 것은 셔틀버스가 자주 자주 출발한다는 것이다.
진영에 도착한 후 1시간 만에 봉하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역시 이 곳도 입이 떡 벌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조문객 행렬이다.
그가 이 세상을 등지고 난 후의 그의 가치가 빛난 것일까?
이 날 비록 여름 날씨이긴 했지만, 분위기는 짜증보다는 숙연해 보였다.

봉하마을로 향하는 도로의 가드레일은 수 많은 국화가 꽂혀 있었고 반대쪽 노란색 가드레일 쪽에는 밤에 피운 촛불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봉하마을에 들어선 순간 오른쪽 회관에서 그의 육성이 흘러나왔고, 안에서는 그가 살아온 여정에 대해 영상이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분향을 기다리던 제 아내는 못내 아쉬워하고 슬퍼했다.

일반 국민들을 위한 분향소의 모습이고, 약 30여명이 한 번에 국화를 헌화하고 동시에 묵념 후 상주들과의 간단한 목례를 하게 되었다.
아들 녀석도 알아서 묵념을 하고 상주들과의 목례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이 녀석이 이 기억을 오래 오래 간직해야 할텐데라는 바램이 생겼다.
부디, 불의에 타협하지 말고, 권력에 비굴하지 않은 그 분의 정신을 잘 간직하길...

분향을 마친 후 우리는 식사를 하기 위해 분향소 옆에 마련된 간이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그 분의 영면을 기원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하시고 계신 모습을 보며 그 분은 한편으로 참으로 행복한 분인가 싶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로 이동을 했고, 사저 옆에 변함없이 자태를 뽐내는 부엉이 바위와 사자 바위를 한 없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어떤 분들은 부엉이 바위를 향해 합장을 하며 "억울하게 돌아가셨어~"라며 울먹이시는 분도 계셨고, 그 역사의 현장을 사진에 담기 위한 많은 분들도 계셨으며, 나 또한 부디 하늘 나라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

노무현 前 대통령에 대해 응원하는 현수막과 고인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들이 도로들을 메우고 있었다.

또한, 한 쪽 마음이 찡한 모습도 보게 되었다.
어떤 장년층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가 개인적으로 술을 준비 후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서럽게 통곡을 하시던지 전율이 느껴졌다.

그가 남긴 유서처럼, 그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보루였던 가치관과 도덕성이 무너지는 순간이 너무 외로웠고 힘들었을 것이다.
설사, 검찰 조사가 최선의 시나리오로 흘렀다고 한들, 무너진 그의 가치관과 도덕성이 회복되지 않을 것을 아신 건 아니였을까?

부디 하늘나라에서 만큼은 정치를 하지 마시고, 서민들과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행복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빈다.

당신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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