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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아내가 시형이 배가 이상한 거 같다며 울상이길래 보니,
2년 전쯤 탈장 수술한 부위에 이상한 혹 같은 것이 불룩 올라와 있었다.
대각선으로 5cm 정도 올라와 있는 것이 딱딱하여 급히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병원 3군데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으나, 의사 소견이 전부 무엇인지 모르겠단다...
젠장,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나...
탈장 수술한 부분에 혹이 나 있어서 탈장 수술의 후유증으로 의심한 나는
탈장 수술한 병원에 가기가 싫었으나, 반대로 가장 잘 알 것이라 생각하고 수술 일자를 잡았다.
수술 일자를 받고는 눈물을 삼키게 되었다.
이제 만 45개월인 어린 나의 천사가 이번까지 2번의 수술을 받게 된다는
사실에 나의 천사가 너무나 불쌍하고 한 없이 내 자신이 미웠다.
전부 나로 인해 생긴 일이니깐 말이다..

난 하루 일찍 대구로 내려가 처제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자고, 다음 날 9월 5일 병원으로 향하였다.

아내와 난 담당의사와의 수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
어린 천사는 간호사를 따라가서 링거를 꽂고 왔다.
놀랬다.
평소에도 주사 맞자고 하면 기겁하는 놈이 아내와 내가 없이도 잘도 따라가서 링거를 꽂고 왔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대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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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없어서 그랬나 싶었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반응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는 주사에도 인상만 쓰며 잘 견뎠다.

이런 놈이 이제 수술대 위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속이 답답해 오는 것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병실에서 수술대로 향하면서 머리에 수술 모자를 쓰고 내려가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저 웃음 천사가 안쓰러울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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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빨리 끝나고 회복실에서 깬 시형이는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듯이 울어제겼다.
미안하다. 시형아~~~

수술을 하다가 담당의사는 시형이의 피부조직을 떼어왔다.
혹 부위를 찢자 말자 피고름이 마구 올라왔다면서...
누구에게 심하게 맞았거나, 심하게 받혔을거라는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을 거란다.
아무튼, 피부조직과 근육 사이에 고인 그 피고름으로 인해 혹이 생겼고,
그 피고름이 주위의 피부를 녹였단다.
또한 그 피부가 결핵에 걸렸는지 피부조직을 검사하기 위해 다른 곳에 의뢰를 하겠단다.

그건 그렇다치고,
잠에서 깬 시형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못 참겠더라~
부모님의 심정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었다.
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어서 저렇게까지 고통에 노출이 되어야 하는지...
순간 흐르는 눈물을 주최할 수 없어서 밖에 잠시 나갔다 왔다.

시형이의 고통은 2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차마 그 고통에 시름하는 시형이의 얼굴에 카메라를 갖다 댈 수 없었다.
그러나, 잠시 엄마 품에서 고통이 잠잠해졌을 때 온 얼굴에 열이 올라온 시형이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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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울다 지쳐 더 이상 울 힘이 없다는 듯...
불쌍한 시형이...
불쌍한 나의 웃음 천사...

그러나, 날 더 미치게 하고 날 괴롭게 하고 날 부끄럽게 하는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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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아픔을 참을려고 아래입술을 꽉 깨문 저 웃음 천사가 날 다시 한 번 울게 만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 어린 것이 아픔을 참겠다고 아래입술을 깨무는 것인가...
아님, 옆에서 울음을 참는 엄마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일까...
나의 천사는 역시 천사였다.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반드시 될 것이다.

이후 1시각 여 잠들고 일어났다.
그 놈 참...
"엄마, 나 이제 안 아퍼~~" 하면서 웃는데 한 순간 내 마음 속에 있는 불안감이 사라졌으며,
안도감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 뒤로는 얼굴엔 언제 울고 괴로워했냐는 듯 웃음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 한 바퀴 돌고 싶어~, 바람 쐬고 싶어~"
마침, 막내 처제가 와서 병실 복도를 서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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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낙천적인 놈이다.
사람을 울고 우게 하는 힘이 충분한 놈이다.
나에게 저 천사는 많은 것을 가르치는 놈이다.
"아빠, 힘들어도 다시 좋은 일 있을거라는 걸 잘 알지?"

아직 저 천사는 퇴원하지 않았다.
피고름이 주위 피부를 녹이면서 복막염이 생겼고, 그 상처를 세척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저 놈도 분명 힘들다.
이제 주사의 아픔도 새삼 나는지 주사 맞을 때면 기겁을 하며  온 몸으로 저항을 한다.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개복을 한 후 세척의 이유로 아직 꿰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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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엔 아픔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거 같다.

이런 천사 옆에서 금요일부터 오늘 새벽까지 같이 있다가 서울에 올라왔다.
물론, 하루 종일 옆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더 힘들 것이다.
아내가 없으면 불안해 하는 시형이 덕에 아내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나로 인해 내 가족들은 너무나 힘들어 한다.
같이 했으면 덜 아팠을 이 고통들을 가족들은 더 아파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두 번째 천사는 그래도 감정이 있는지 옆에서 조용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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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아내와 나의 천사들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내 내 코엔 병원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힘들어 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남편, 아빠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이 놈이
다시 한 번 너희들에게 배우고 다시 한 번 힘낼 수 있을 거 같다.

고마워~~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나의 천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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