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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뒷산인 백봉산 정상에 올랐다.
완만한 경사이지만 산 줄기를 오르고 내리고를 수 없이 반복해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백봉산의 높이 590 m 이지만, 나의 인내심을 충분히 실험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 말자, 그나마 가봤던 약수터까지는 쉽게 갈 수 있었다.
알고 있는 곳이니 정말 눈 감고 가도 갈 수 있는 곳이였다.
이곳 까지는 30분 거리 정도...

이제부터가 시작이였다.
경사가 지금까지는 조금 더 가파르지만, 워낙 등산로가 잘 되어 있는 탓인지 등산을 하는지 잘 가꾸어진 수목원의 산책로를 트래킹 하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걸어가면서 이건 등산이 아니라 트래킹이라고 피식 웃고 말았다.

오늘은 혼자 등산을 하는데, 반가이 맞아주는 이가 있었다.
혼자 등산을 하다보면 많은 생각 속에 많은 것들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많은 것들이 보였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따가웠지만, 난 다행히도 숲 속에서 트래킹을 하는 차라 피할 수 있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 돌은 자연적인 돌에다가 등산객들이 몇몇 돌을 괴어 놓아 지나가는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다.

백봉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백봉산은 등산 느낌보다는 산림욕에 더 가깝다.
우거진 나무 숲 속을 거닐며 자연을 맘껏 즐긴다.

설악산을 벌써 첫 눈이 내렸다는데, 아직 백봉산은 가을의 초입에 있는 거 같다.
거의 꼭대기에 올라와서야 조금씩 색깔을 뽐낼 정도이다.

요즘 시골에서도 메뚜기를 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농약으로 인해 우리에게 이로운 곤충들도 자취를 감춰버렸기 때문이다.
이 백봉산 꼭대기에는 환경이 정말로 좋은 가보다.
많은 메뚜기들이 어지러이 뛰어논다. ㅋㅋ
잡아다 튀겨 먹고 싶지만, 개체 보존을 위해 참았다.

이 곳 정상까지 오는데 두 번의 고비가 있다.
가파라서 포기하고 싶은 경사가 2개가 있는데, 비록 590 m 높이의 산이라도 산인가보더라.
이 곳이 정상에 위치한 2층 팔각정이다.
1층에는 조그만하게 막걸리와 산삼주와 영양갱, 삶은 계란과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갔더니 어떤 어르신이 서울 장수 막걸리를 혼자 드시는데, 침이 꼴깍 꼴깍...
역시 등산하고 난 다음에는 막걸리에다가 파전에 와따인데, 꾹 참았다.

팔각정에서 백봉산을 알리는 표식과 등산로 코스를 지켜보는 이들을 찍어봤다.

이 곳은 남양주 시청으로..

이 곳은 호평, 평내 시내...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산이 천마산이다.
겨울에는 저 곳에 가서 한 번 눈썰매라도 타봐야 할텐데...
무릎을 다친 이후로는 무릎을 많이 쓰는 스포츠는 피해야 하는지라 아쉽기만 하다.

이 곳은 우리 동네 창현리와 차산리이다.

팔각정에서 싸 가지고 간 떡이랑 오이, 사과를 먹고 내려오면서 너른 바위에 앉아 있는데, 신기한 나무가 보였다.
마치 코브라 대가리와 같은 모양으로 바위에 떡하니 붙어 있다.
자세히 보니, 생겨 먹은 것이 저렇게 생겨먹었다.
태초부터 자생하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는가 보다.
옆에 나무는 그마나 피할 수 있었는데...
자연두 저러한데 인간인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 청솔모가 보이는가?
3마리가 마치 타잔이나 원숭이처럼 이 나무 저 나무 막 뛰어다니길래 퍼뜩 찍었다.
내가 찍어서 그런지 딱 1마리만 보인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건 아니겠지?? ㅋㅋ

올라오면서 놓쳤던 경치들이 내려가는 길에는 잘 보였다.
올라오면서 땅만 쳐다보고 오느라 경치가 어떠한지 잘 살펴보지 않았지만, 내려갈 때에는 기치를 뽐내며 주위 나무들을 호령하는 소나무들이 보여 한 수 배우고 왔다.

이 나무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그늘 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희생하여 바닥을 기다가 커 올라갔다.
바닥에 긴 줄기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잠시 앉아 땀을 닦으며, 재충전해서 간다.

여기는 밤송이 무덤이다.
이 산의 특징은 밤나무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그 많은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들은 등산객들에게 알맹이를 빼앗기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숨을 거둔 많은 밤송이들이 모여 거대한 밤송이 무덤이 되어 버렸다.


전에도 집 뒤에 딱따구리가 있는 것을 알고 가까이에서 찍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숲의 바스락 거림은 그들에게 멋진 대피신호가 되었다.
오늘은 등산로를 따라 숲 속을 걸어내려가는데, 5m 앞에서 "딱딱딱딱~" 그러는 소리에 바로 카메라를 꺼내 최대로 땡겨 찍었으나, 카메라의 성능이 좋지 않은 탓에 선명하게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한 쌍이 어울려 놀면서 나무를 찍고 있었는데, 카메라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결혼할 때 제일 좋은 카메라를 샀었는데, 이제는 15만원짜리 카메라보다도 못하니...

암튼, 오늘은 백봉산을 오르면서 이 곳은 정말 자주 오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백봉산이 나에게 주는 혜택이 너무나도 많았다.
요즘 들어 쉽게 보이지 않는 메뚜기...
천연기념물이 딱따구리... (어릴 적 보고는 못 봤으니...)
물맛이 좋은 약수...

자주 자주 올라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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