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에 동원정사라는 절이 있다.
그 뒤로 계곡 속의 벌판에 누군가가 자그마한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하여 오늘은 그 곳을 찾았다.
일명 "청개구리 숲"이다.
동원정사 왼편으로 해서 산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집 바로 옆에 이런 나즈막한 숲이 있어 발길을 이끄는 것이 행운이지 않을까?

요것이 동원정사에서 올라가면 보이는 청개구리 숲이다.
정말 보잘 것 없지 않는가?
그냥, 산의 빈 공터에 터를 일궈 살아가기 위한 화전민들의 밭같은 모습...

순간 머릿속에서 그리고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라, 약간은 실망했다.
이 정도로 해서 무슨 숲이라는 명칭을 붙이나 싶었다.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50 정도 되어 보이는 어르신 4분 정도가 열심히 가꾸고 있다.

이왕 왔는 김에 자세히 둘러보고자 들어가서 좌장격인 분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참 정감이 갔다.
이 곳은 올해 봄부터 가꾸기 시작했고, 청개구리 숲이라는 명칭은 불과 2달 전에 붙였다고 한다.
가꾼 이유는 그 분 나이가 50인데, 늦둥이를 둔 4살배기가 태어나자 말자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늦둥이를 위해 땅을 빌려서 가꾸기 시작했는데, 아직 초창기라서 좀 많이 어설프다고 한다.

이 곳은 가꾸시는 분들의 자그마한 쉼터이다.
해가 워낙 잘 들어 쉬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 곳 땅이 습지에 가까운지라 솟아나는 물을 한 곳에 모았는데,
이 곳에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이 산단다.
물장구나 가재나, 소금쟁이...
아주 자부심이 대단했다.

곳곳에 세워진 바람개비와 솟대들은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많이 허해서 그런가?

한 곳에 이쁘게 핀 금잔화가 확 땡긴다.
따서 예쁘게 말려 차로 먹으면 효능이 그만이라던데...

저녁이 되면 이곳에 반딧불이 있단다.
나두 어릴 적 반딧불을 보고 난 다음에는 아직 본 적이 없는데,
이 곳에 아직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내려오는 길에 아인이는 사오정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인이 사오정이라며 도망가고 오빠는 모자 벗길려고 쫓아가구...
다행히도 시골에서 올라와서 팍팍한 도시 생활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애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근처에 있어서 너무나 좋다.

오늘은 생각이 많다.
낮에 그 분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같이 꾸며봤으면 한다고 동참을 그 분이 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하나 이루어서 적어도 동네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고, 삭막한 세상에 조금이라도 숨을 틔울 수 있는 공간을 같이 만들어 보는 건 어떠냐구 제안을 하셨다.

나두 이런 공간들이 좋다.
파괴만 되어 가는 곳에 생태 문화적인 공간을 스스로 가꿀 수 있다는 건 이것 또한 복이 아닐런지...

그러나, 지금 고민하는 것은 내가 가족들에 소홀히 하지 않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조그만 고민하고 자신이 있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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