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는 경북 영천 팔공산八公山 자락에 위치해 있는 12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절이다.

이 절을 찾은 건 가끔 마음이 공허할 때는 조용한 산사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동했고,
그 중에서도 학교 시절 가끔 들렸던 은해사를 가보고 싶었다.

간만에 애들을 데리고 갔는데, 날씨가 약간 흐리고 연초라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사찰을 찾을 때마다 본 절 뒤에 있는 많은 암자를 돌아볼 것이 아니라면
왠만하면 주차장에 주차하고 본 절까지 걸어갈려고 한다.
간만에 숲의 정기도 받고 가족들끼리 도란도란 얘기도 하구,
애들하고 장난도 치면서 걷고 싶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그럴려구 한다.
아내도 그렇게 걸어가는 것에 대해 동의도 하구...

걸어가는 내내 울창한 숲에 들어서면 다른 분들도 느끼겠지만,
일단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숨쉬기도 한결 편해진다.

숲 속에서 애들 사진도 찍고,


많은 연등이 있는 善友다리에서도 포즈를 취하구,
지나는 길의 바위에 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은 돌탑도 보면서...

즐겁게 15분 정도 걷는데 본사寺 앞에 흐르는 냇가에 많은 이들이 썰매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들 녀석이 "아빠, 나두 저거 하고 싶어~~"
사실 내가 더 타고 싶었다. ㅋㅋ
언제 썰매를 타보고 안 타봤나라는 생각에 절실히 타고 싶었다.

일단, 대웅전에 가서 심신을 달래고, 가자고 아들 녀석을 설득하고
대웅전으로 향했는데, 대웅전 앞에 자기의 소망을 담아 줄에 매달아 염원하는 행사가 있었다.
옆에 지나가는 어떤 아저씨 曰,
"종이 쪼가리에 소망 적고 줄에 매다는데, 5천원이라니..."
사실, 경기도 안 좋은데, 5천원이 적은 돈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하기 싫음 그만이고, 5천원을 강제로 받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5천원을 내고 적고 하는 것인데, 年初부터 그렇게까지 투덜댈 필요가 있을까라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어쨌든, 이번엔 아내가 선뜻 5천원을 넣더니 적으란다.
고마웠다~
일단,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고 적고 정성스럽게
줄에 매달고 나니 심리적인 현상인지 왠지 올 한 해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발걸음으로 대웅전에 들어가서 삼배를 올리고 나오면서
(우리 가족은 불자들이라서 6살배기 아들놈이랑, 4살배기 공주님이랑 전부 절을 한다.
이 놈들은 왜 하는지 모르고 내가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시늉만 한다.)
"아들~~ 올해 말 잘듣고, 착하게, 울지 말고 커야 돼!! 그래야 산타 할아버지가 오신대~~"
사찰에서 절하고 나오면서 산타 할아버지 얘기를 하는 나의 모습에 아내는 웃고 만다.
잠시 생각해봤는데, 애들에게 "지장보살님이 오신대~, 관세음보살님이 오신대~" 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라며 어떤 얘기가 어울릴지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산신각까지 들렀다가 나오는데, 아들 녀석이 연방 "아빠, 썰매타러 가자~"라고 재촉을 한다.
일단, 가자고 했는데, 문제는 썰매가 없다는 거...
아내보고 애들이랑 먼저 썰매장으로 가라고 이르고는
주위에서 썰매 대용으로 쓸만한 물건들을 찾아보았다.

애들이 혼자 썰매를 지치지 못하기에 끌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끈 대용으로 기다란 나뭇
막대를 주웠고, 올라탈만한 것이 있나 보니 마침 한쪽 면이 평평한 통나무가 있어
주어다 가져갔다.

아들 놈보고 통나무에 앉으라고 하고, 나무 막대를 꽉 잡게 해서 끌어다줬다.
괴성을 지르고, 연신
"아빠, 재미있어요~~"
"아빠, 더 빨리~~"
"아빠, 더 탈래요~~"


다른 애들에 비해 썰매는 초라하고 보잘 거 없었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썰매에 추운 날씨도 잊고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그러나, 불행히도 이렇게 썰매를 타는 것은 공주님에게는 힘든 일이였는가보다.
앉는 것도 불편해하고 막대 잡는 것도 어설프고,
결국, 내가 뒤에서 허리가 아프게 숙여 밀어주긴 했지만, 1바퀴가 전부였다.
그 뒤로 아들 놈만 신나게 썰매를 탔고, 1시간 정도 놀고 나니
다른 이들이 놓고 간 썰매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사찰에서 썰매를 15여대를 구비해 놓은 거 같았다.)

넙적한 합판에 끈이 달린 썰매인데, 내가 끌고 두 녀석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아내보고도 타라고 했더니, 썰매장 입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서 있다.
(어릴 적 타다가 뒤로 넘어져 아픈 기억이 있어 얼음 위에 서 있기를 거부했단다.)
끈이 달려 있어서 그런지 내가 컨트롤하기도 편했고,
두 녀석 모두 한꺼번에 즐길 수가 있어서 신났다.
사실, 내가 직접 썰매를 탄 건 아니었지만, 왜 그리 신나던지...
어릴 적 냇가에서 썰매를 타던 생각도 많이 나구...

기다리던 아내가 지쳐 쓰러질 때 쯤 마지막 3바퀴를 더 돈다고 선언하고
속도도 더 냈고, 썰매에 스핀을 주면서 회전도 시켜주고...

정말이지 마음 달래러 갔던 절에서 신나게 애들이랑 놀아준 덤까지 얻다니...

피곤에 지쳐 일찍 잠든 애들을 생각하니 더 같이 해 주지 못한 마음이 내내 아쉬웠지만,
나두 애들한테 잘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좋은 하루를 보낸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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