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나들이를 갔다.
이 날은 처제네 식구와 대구대로 다녀왔다.
나의 모교인 이 곳은 내가 다닐 때만 해도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졸업하고 몇 번 찾아 갔고,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는 모습에 뿌듯했다.

그런 기억으로 다시 찾은 모교이다.
그것도 나의 새끼들을 데리고...
본관 뒤에 위치해 있는 비호동산으로 한가로운 나들이를 갔다.
졸업하고 처음 찾아 갔을 때는 누군가가 이곳에서 야외 결혼도 했었다.

간만에 여유로운 나들이를 가서 그런지 애들하고 놀아주고, 도토리 줍고,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나들이 간다고 하면 화려하게 갈 필요는 없지 않는가?
비싼 돈 주고 놀이동산에 가야만이 꼭 나들이는 아니잖은가?
아이들하고 신나게 놀아주고, 맛있게 먹고, 자연을 느끼면 그 보다 더 좋은 나들이가 있을까?

여유로우면서도 행복한 나들이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씩 떠 올려보며...

애들은 어디 나가는 것만으로 행복한가보다.
이런 애들 마음을 몰라주고 속된 말로 좋은 곳에 데려다 줘야만 되는 줄 알았던 내가 바보스럽다..

시형이, 동훈이(조카), 정훈이(옛날 처제 윗집 언니 둘째 아들, 아인이랑 동갑), 아인이..

동서가 가지고 온 축구공이랑, 옆 골프연습장에서 버려진 골프공과 테니스공을 준비해 줬더니 놀이기구가 따로 없었다.
넓은 잔디밭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구, 어설픈 골프 실력이지만 종이컵을 홀로 여기고 골프에 열중이구..
이러다, 정말 축구선수나 골프선수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닌지 몰겠다. ㅋㅋ

시형이의 얼굴은 천의 얼굴이다.
카메라만 가져다 되면 웃음 천사가 되기도 하구,
장난꾸러기 스모프가 되기도 하구,
아픔을 참아내는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아빠를 닮았는지 가끔 멍~한 모습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제법 어울리는 모델 흉내도 내구,
얼굴에 빠져드는 블랙홀이 되기두 하는 나의 첫 번째 천사이다..

나의 두 번째 천사 아인이...
요 놈은 제법 여자 티를 낸다.
하는 짓이 천상 여자라는 말이 나온다..
새초롬해하고, 이쁜짓도 제법 하구, 화도 낼 줄 알고, 헤프게 웃지도 않구...
뽀뽀도 모든 상황이 맞지 아니하면 절대로 안 해준다.
자기한테 이쁜 짓을 해줘야만 겨우 한 번 해줄까 말까다..
요런 놈이 간만에 야외에 와서 그런지, 배가 고팠는지 옥수수를 참 맛있게도 먹는다.
(이 놈 한 번 먹었다 하면 옥수수를 5~6개는 먹는다.. ㅠ.ㅠ)

암튼, 아빠인 나랑도 잘 어울리다가도 내가 가끔 테스트를 한다.
엄마를 때리는 척을 한다.
허걱 ^^
엄마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엄마 곁에 못 가게 하는 건 기본이구,
그 순간은 아빠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소리 지르며 아빠를 마구마구 때린다. ㅠ.ㅠ
그런 아인이가 좋은가 보다... 아내는... (사실, 부럽삼~~)

동서는 아이들과 참 잘 놀아준다.
시형이, 아인이도 동훈이 못지 않게 잘 놀아준다.
정자 지붕 위에 축구공을 던지면 경사 때문에 데굴데굴 내려온다.
그 단순한 놀이인데도 애들한테는 그게 그렇게도 신나고 신기한가보다.
시형이, 아인이, 정훈이 모두 소리 지르고 "오~~ 온다~~" ... ㅋㅋ
키가 작아서 내려오는 건 안 보이고 소리만 들려서 더더욱 그런가보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시형이가 이모부 목마를 타고 쳐다본다.

정말이지, 도시락 싸들고 가까운 곳에 놀러만 갔다 왔는데도
아이들하고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나들이도 없었던 거 같다.
시간나면 가까운 곳에라도 자주 놀러다녀야 하겠다는 반성을 한 가족의 가장으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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