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보급판 문고본) - 10점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명진출판사

아내는 곧잘 나보고 싸이코라고 한다.
화가 났을 때 주체할 수 없는 성질이 치솟아 오르며 막말을 해대며, 내가 보기에도 무서운 행동들이 곧잘 연출이 되곤 한다.
난 이것이 경상도 사람의 특징으로만 알고 있었다.
경상도 사람은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물론,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는 언행을 한 후엔 언제나 후회를 했다.
그리곤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또한 그때뿐이었다.

부끄러운 나의 한 단면이다.

틱낫한 스님의 "평화로움"을 읽고, 바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생활에서 멀어져 갔던 명상과 호흡 수련을 다시 시작했다.
호흡 수련을 한참 할 때는 언제나 기(氣)가 충만하였고 생활이 즐거웠으나
변명이지만 어느 순간 삶에 찌들고 바쁨에 쫓기다 보니 생활이였던 명상과 호흡 수련을 멀리 했고
그로 인해 내 마음 속에 평화는 없어지고, 화의 씨앗만 커져갔던 거 같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나는 화의 씨앗에 끊임없이 물을 주고 있었다.
행복과 연민, 자비의 씨앗은 멀리한 채로 말이다.
사실 줄 필요가 없었다.
생활이였을 때는 굳이 주지 않더라고 화라는 놈을 다스릴 수가 있었고, 모든 게 술술 잘 풀렸으니 말이다.
당연히 잘 풀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 화라는 놈은 내 마음을 앗아갔다.
도무지 다스리려고 해도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더 괴로워지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나는 왜 그런지 모르고 내 사주가 그러려니, 올해는 운이 좋지 않아라고 체념해 버리는 아주 웃기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최근에는 명상과 호흡 수련을 틈틈이 하고 있다.
향기로운 향을 피워 놓고 30여분간 몰두하고 있다.
정말 거짓말같이 3일 정도 하고 나니 그 동안 날 억누르고 괴롭히던 화의 씨앗이 점점 사라져 버렸다.

요즘 나는 미소를 머금고 다닌다.
괴로워도 미소를 지을려고 애쓴다.
정말이지 세상이 달리 보인다.

내가 지금 힘들고, 슬럼프인 건 다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 동안 나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았다.
그로 인해 그 동안 하나 둘씩 쌓인 것들이 현재의 나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남 탓 할 필요없다.
모든 건 내 안에 있다.
내 안에서 답을 찾으리라.

이젠 지긋지긋한 내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다.

*** 틱낫한 스님의 One Point Lesson ***
1.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면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고,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면 몸 안에서 공기가 바뀌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공기와 몸을 자각하게 되고, 한편 마음도 그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까지 자각하게 된다.
   그렇게 단 한 번만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 자기자신과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자각하게 되고,
   세 번 반복하면 그 자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2.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을 자각하고, 또 호흡을 자각하면서 걸어보라. 그러면 한 번의 들숨 혹은 날숨 동안에 몇 걸음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숨을 들이 쉴 때는 "인(in)"이라고 말하고, 내쉴 때는 "아웃(out)"이라고 말해보라, 그러면 걸으면서
   명상을 하는 것, 즉 보행 명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습관이 되게 하라. 그것은 우리가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힘을 갖고 있다.
3. 감정을 추스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4. 우리도 그 어머니처럼 해야 한다. 화라는 우리의 아기를 의식적으로 품에 안고서 달래야 한다.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은 화를 잠재우는 자장가다.
5. 화를 끌어안고 있을 때는 그 화의 실체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오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화는 그 같은 무지와 그릇된 판단 때문에 빚어진다.
6. 화는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에너지 지대다. 그것은 우리가 돌봐야 할 병든 아기다. 화를 다스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또 다른
   에너지 지대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하여금 화를 감싸안고 보살피게 하는 것이다. 이 또 하나의 에너지가 곧 자각의 에너지다.
   자각은 부처의 에너지다. 그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을 통해서 우리도 그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7. 위대한 연민의 정을 베푸는 관세음보살은 단지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현실 속에 실재하는 인간이다.
8. 꼭 그의 그릇된 판단을 고쳐주고 싶다면,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가슴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다 털어놓을 기회를 그에게 준다는 생각만을 해야 한다.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9. 온 세상이 어두운 채로 비가 내리고 있지만 때가 되면 다시 태양이 나타날 것이다. 희망을 가져야 한다.
10. 고통을 맛보지 않으면 우리는 연민의 정을 기를 수가 없고, 행복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고통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고통을 감당하는 것 또한 우리에겐 하나의 수련이 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저마
   다 한계가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만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11. 우리가 무언가를 자각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각은 현재의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확히 깨닫는 능력이다.
12. 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나는 내 행동의 결과를 피할 길이 없다. 내 행동만이 내가 이 세상에 서 있는 토대다.
13. 공포는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고, 무지는 이해의 결핍이 빚어내는 것으로서 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14. 자기 자신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고통의 뿌리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길이 된다. 그 책은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줄 것이고,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줄 것이다.

2008/09/30 - [쩐의시대/먹자, 부족한 양식] - 틱낫한의 평화로움 (틱낫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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